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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노트

[아르헨티나 레드 와인] TRAPICHE TERROIR SERIES Finca El Milagro SINGLE VINEYARD MALBEC 2014 - 말벡 vs 인도 카레

2022.06.01 By 300g

 

당분간 아르헨티나 와인과 놀지 않을 것 같다...

아그라 에비뉴엘 - 인도 커리와 탄두리 치킨

오늘은 인도 카레와 와인의 대결이 있는 날이다. 사실 인도 카레와 와인을 페어링 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화려하고 바디감이 약한 와인은 자칫 카레에 밀릴 수 있다. 그것도 오뚜기 카레도 아니고 인도 카레 아닌가? 와인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이 떠올랐다. 나에게 말벡은 화려한 향은 없지만 묵직하고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포도 품종이다. 이 와인은 작년에 할인 가격으로 3만 원 중후반 대에 구매를 한 것 같다. 말벡 하면 아르헨티나이고 이 와인의 경우 싱글빈야드로 단일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양조한 와인이다. 이 와인을 가지고 나오면서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 인도 카레와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괜찮은 페어링 결과를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경건한 마음으로 와인을 잔에 따르고 잠시 기다렸다. 잔 브리딩으로 일단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작업이다. 같이 나온 유자 라씨를 한 잔 하고 처음 대결 상대인 탄두리 치킨을 먹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와인에서 산미와 함께 지프라기 맛이 난다. 마치 아르헨티나가 아닌 칠레 와인의 느낌이다. 잠깐 말벡은 어디 갔지? 산미와 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탄두리 치킨에 와인이 잠시 당황했을 수 있다. 아직은 포기하지 않고 와인을 믿는다. 병 브리딩을 해서 조금 더 기다리면 발란스가 잡히면서 자신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 줄 것이다. 강력한 인도 카레가 나오고 다시 잔에 와인을 따라서 마셨다. 아까보다 산미가 더 올라오고 아로마는 따로 놀고 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짠맛이 올라오는 느낌일까? 부대찌개에 소시지가 없는 것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은 여기서 포기하고 카레와 난에 집중을 했다. 병을 오픈하자마자 완패라니 믿을 수 없었다. 부쇼네(Bouchonne)는 없었는데 구매할 당시 보관이 잘 못된 것일까?  

 

당도 염도 탁도 pH
8.8% 7% 1050 ppm 3.88

 

당도, 염도, 탁도, pH 측정

남은 와인을 집으로 가져와서 당도, 염도, 탁도, pH를 측정했다. pH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와인 원래 이런 맛인지 아니면 잘 못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당분간 아르헨티나 와인은 멀리 할 것 같다. 충격에서 벗어나면 그때 다시 도전을 해야겠다. 

 

또한 광학현미경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액체의 경우 관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시료를 받치는 플레이트에 작은 얼룩도 보이기 간섭을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은 하겠지만 신뢰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와인을 계속 관찰하다 보면 완전히 다른 패턴을 가진 와인도 존재하기를 기대해 본다.

 

1600배 - TRAPICHE TERROIR SERIES Finca El Milagro SINGLE VINEYARD MALB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