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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노트

[미국 레드 와인] Troublemaker - 층간소음 극복 프로젝트

2022.05.17 By 300g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위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그동안 위층의 소음을 어느 정도 용인해 주었지만 아래층은 우리가 소음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지 10일 동안 저주파 소음을 골전도 스피커로 보내는 것 같다. 하루는 기계음의 저주파를 소음을 5시간 동안 새벽 3시 36분까지 악의적으로 흘려보냈다. 이 저주파는 녹음도 되지 않고 데시벨을 측정하면 40~45 데시벨 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정도를 넘어선 거 같다. 이어폰을 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특히 아래층 사람은 정신이 좀 이상한지 주말 이른 새벽에 망치로 엄청난 소음을 내다가 우리가 중앙 경비실에 신고해서 현장에서 적발된 이력이 있다. 아무튼 위층이건 아래층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10일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층간소음은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층간소음 해결책으로 골전도 스피커를 구매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다. 지속적인 증거 수집과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층간소음이라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Troublemaker 와인으로 희석시켜 본다.

 

'사고뭉치'라는 와인의 이름부터가 기대감을 극대화시킨다. 진짜 사고를 쳐줄지 아니면 일반적인 와인처럼 희미하게 사라질지 궁금해진다. Troublemaker 와인을 잠실 '보틀 벙커'에서 KRW 27,500 정도에 구매를 했다. 와이너리 사이트의 소매가를 보면 USD 20로 나와서 한국에서 KRW 30,000 이하에 구매가 가능하다면 무조건 한 번은 구매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 와인은 이자카야에서 나폴리탄과 함께 시작을 해서 중간에 명란 구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순두부 짬뽕으로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의 가성비 와인"으로 꼽는다. 아로마도 훌륭하지만 질감과 조직감이 바닐라 향과 어울려 훌륭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산미가 조금씩 올라오지만 균형을 계속 잡아준다. 마치 자동으로 차선을 유지해주는 센서가 있는 듯하다. 모든 안주와 어울릴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와인이다. KRW 27,500으로 잠시 동안 층간소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Troublemaker를 양조한 Austin Hope님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 와인을 마시면 캘리포니아의 파소 로블 (Paso Robles) 와이너리를 주목하게 된다. 

 

당도 염도 탁도 pH
9.6% 8% 174 ppm 3.94

 

Syrah, Grenache, Mourvedre, Zinfandel, Petite Sirah 블렌딩으로 양조를 해서 그런지 당도가 9.6%로 일반적인 레드 와인보다는 높다. 지난 이스라엘 와인의 당도는 6.8% 였다. Troublemaker는 살짝 단맛이 있을 수 있으나 특유의 바디감으로 균형을 잡아 준다. 층간소음과 같은 스트레스를 잡아주기에는 정말 좋은 와인이 아닐 수 없다. 

 

Austin Hope는 어린 시절에 사고뭉치였고 학교 생활과 태도가 가족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힘든 일로 교훈을 주기 위해서 와이너리로 보내졌다. 이러한 처벌은 나중에는 열정과 그의 커리어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의 가족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와인을 마셔보면 양조 과정에 신경을 많이 섰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겪고 있는 층간소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억지 긍정일 수는 있지만 뭐 어떠한가? 억지 긍정 역시 긍정이고 이런 긍정이 계속 모이다 보면 진짜 긍정이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Austin Hope'라는 양조자의 이름으로 만든 와인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데 진짜 궁금해진다. 그가 양조한 Cabernet Sauvignon은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혹시 층간소음을 겪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Troublemaker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