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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생각

신비로운 와인의 코르크를 개봉하는 기분으로 청와대 (푸른 기와, Blue House)를 거닐다.

2022.06.04 By 300g

 

아무나 마실 수 없었던 그런 와인의 코르크를 개봉하는 기분은 어떨까? 비밀의 힘은 비밀이 지켜질 때 완성된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청와대 모습

오전 7시에서 9시 청와대 관람 신청에 성공을 했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기운이 모였던 그곳을 직접 가다니 몹시 기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주차장을 찾는 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서 아침의 첫걸음을 시작하고 싶었다. 검색을 하면 청와대 근처에 신교 공영주차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붐비는 것을 예상하고 신교 공영주차장에 오전 6시 10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이른 시간임에도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고 지하 3층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공영주차장이라 주차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저공해 차량이면 출차 시 호출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주차장을 나와서 청와대 정문으로 향했다. 오전 6시 20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이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마치 콜럼버스가 1492년에 신대륙에 진입하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느낌 때문인지 청와대 정문 앞의 공기에서 신비로운 와인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가 더 맑고 시원했다.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고 바로 관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정겨움을 간직한 그런 곳이었다. 주변의 정원도 너무 화려하지 않게 정도를 지키면서 잘 가꾸어져 있지만 안쪽의 이러한 아늑함은 또 다른 자연스러운 고급스러움은 아닐까 한다. 아무리 화려한 향을 내뿜는 와인은 잠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는 있겠지만 고요한 묵직함을 가진 와인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고요한 묵직함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의 향기를 제대로 간직한 장소가 바로 이 관저일 것이다. 화려함 뒤에 소박함을 간직하고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서 애쓰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표한다. 누군가는 Blue House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관저의 아늑한 향기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이 향기가 더 많은 사람의 정신적 휴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청와대 본관 내부는 줄을 서서 들어가고 앞에서 덧 신을 신어야 입장을 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을 하면 실제 모습보다 더 이쁘게 나오지만 생각보다 화려하지는 않다. 아마도 벽에 못이 박혔던 흔적으로 기존의 그림이나 장식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청와대는 서울에 있지만 전혀 다른 곳에 와있는 느낌을 준다.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청와대 비밀의 향기가 세상에 퍼지면 이러한 느낌도 점점 옅어지리라 생각된다. 

 

한 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경희궁에서 청와대 그리고 용산 집무실까지 이는 단지 장소의 이동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6G를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이 완성 단계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과 가상현실 그리고 사물인터넷이 다음 단계로 진입하면 지금의 이념이나 정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인터넷만 사용해도 비밀은 없고 많은 것이 공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낡은 정치는 계속 힘을 잃고 있다.

 

지금 청와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단지 이 장소를 구경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각 개인이 힘을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품격을 지킬 수 있고 이러한 정신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계속되어야 한다.